[데브리북] 오지영, 소소하게 찬란하게
어느날 우연히 유튜브에서 late 40's diaries 라는 영상을 발견했다.
가끔 토론토 브이로그나 뉴욕 브이로그를 봐도 다들 나이대가 어리고 관심사가 달라서 크게 공감가지 않았는데, 우선 40대가 남기는 일상 브이로그라 오히려 더 신선하게 다가왔다. 그리스에서 가족들에게 간단한 재료로 요리를 하시는 영상을 제일 먼저 봤는데, 배우고 싶은 요리실력은 물론이고 그보다 40대 후반임에도 웬만한 20대보다 건강해보이는 몸매가 더 부러워서 도대체 어떻게 유지를 하시는지 궁금해서 다른 영상들도 더 찾아보게 되었다.

다른 영상들을 더 살펴보고 프랑스인 남편과 결혼하여 싱가포르에 정착한 모델 출신이시란 걸 알게 되었다.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싱가포르에 예쁜 보금자리도 있으며, 그리스에서 여름도 보내고, 나처럼 외국생활을 하면서도 한국에 자주 방문하신다는 점이 너무 부러웠고, '아 이런 사람은 모든 걸 다 갖춰서 부족한 것 없이 자라고 누리며 살고 있구나- 참 부러운 삶이다!' 라고만 생각했다.

그러다 책까지 내셨다는 걸 발견했고, 다행히 밀리의 서재에 올라와있어서 바로 다운받아서 지난주에 읽을 수 있었다. '와- 책까지 낼 정도로 글쓰는 재능까지 있다니 정말 겉과 속 모두 꽉찬 분이겠군'하고 첫 몇 페이지를 읽기 시작했는데...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에서만 보이는 소박하지만 화려하고 여유로운 모습과는 정반대로 쉽지많은 않았던 그녀가 살아온 이야기가 펼쳐졌다.
이 책을 읽고 싶으신 분들을 위해 자세한 이야기는 이 곳에 남기지 않겠다.
다만 우리가 늘 화면이나 인스타그램에서 보는 화려하고 세상 모든 행복을 다 가진 것 처럼 보이는 사람들도 모두 그들만의 사정과 힘들었던 기억이 있는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은 보통 사람이라는 것. 머리로는 알면서도 막상 이런 사람들을 겉에서만 바라보면 다 가지기만 한 것 처럼 보여서 잠시라도 부럽고 내가 가진 것이 훨씬 더 적어보이기에 신나게 유튜브나 인스타그램에서 시간을 보내고 나오면 늘 마지막은 ‘난 왜 이것밖에 없을까? 난 왜 이 사람들처럼 걱정없이 행복하기만 한 삶이 아닌걸까? 하는 늘 묘한 씁쓸함만 되새기며 현실로 돌아오곤 한다. 그래서 속을 알 수 없는 화려한 이미지들만 가득한 인스타그램을 멀리하려고 늘 노력하고 있기도 하고. 세상을 충분히 살아온 나조차도 이걸 알면서도 가끔 이런 감정을 느끼는데, 하물며 이제 막 세상을 알아가기 시작하는 10대들은 이런 것들에 얼마나 민감할까.
어딘가에서 읽은 글
매력적인 사람의 특징은 그에게 주어진 인생의 무게를 받아들이고 수용했다는 너그러움이다. 그들은 현실로부터 도망치지도, 몸을 숨기지도 않는다. 모든 사람은 각자 자기만의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살아간다. 그 무거운 짐의 차이가 개성으로서 빛나고 있기 때문이다.
누구나에게 크고 작은 문제와 이겨내야할 것들은 존재한다. 이를 어떻게 잘 짊어지고 살아가는가에 따라 행복하게 살 수 있느냐 아니냐의 차이.
오지영님이 더 빛나는 이유가 바로 이게 아닐까? 자기에게 주어진 인생의 무게을 오롯이 감당하고 그 무게를 차분히 받아들이고 너그럽게 수용하고 살아간다는 점. 그렇게 노력하고 수련해서 본인만의 방식으로 인생을 짊어가는 모습 때문에 지금 더 빛나고 행복하게 본인만의 방식으로 살아갈 수 있고, 그래서 그 모습이 훨씬 커 보이고 아름다워보이는 게 아닌가 생각해봤다.
다시한번 나도 나만의 철학을 갖고 내 방식을 찾아가며 살아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해준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