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왜 모든 계절은 맞을 때마다 처음인 듯한 생각이 들까? 더위도 추위도 샐쭉한 봄기운도 가을의 선선함도, 모두 처음 겪는 온도로 다가오는 것이다. 그렇듯 모든 사랑도, 모든 삶의 기쁨과 고통의 순간들도, 한 번도 겪은 적 없는 새로운 처음으로 우리의 살갗에 낯설게 와 부딪힌다. 그래서 연습이란 늘 소용이 없을는지 모른다. 어쨌든 우리가 가장 열망하는 순간은 이 녹록지 않은 삶 속에서의 완전한 소통의 순간이 아닐까? - 2001년 가을, 나는 또 한 번의 생일을 맞으며 마흔네 개의 삶의 계단을 숨가쁘게 올라온 기분이 든다. 여든 개나 아흔 개에 비하면 아이들 걸음마 같을까? 아니 아흔 개나 백 개도 금세일 것만 같다. 세월이 가지 않는다고 느껴지는 건 스물다섯 살 때까지였다는 생각이 든다. 아니 대학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