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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지금 와서 보면 생존을 택한 친구들도 꼴이 한심하기는 마찬가지예요. 꿈은 상실되고 자신을 돈과 바꾸어 살아야 하니, 삶 자체가 하루하루 이렇게 소모적이기만 한 건가 싶죠. 참 다들 고독하고 가련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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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무언가를 할 때마다 실패도 하고 상처도 입고 후회도 하지. 마음이 무너지기도 해. 사는 동안 몇 번이고 마음이 무너지지. 하지만 중요한 건 다시 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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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인들의 생이 단단하고 차가운 표면 위로 영원을 향해 미끄러지는 것만 같았다. 나의 생도, 엄마의 생도, 풍경들도... 아무리 파고들고 싶어도 빙판 위의 스케이트처럼 속수무책으로 미끄러져서 사라져가는 것이었다. 난 몸부림치며 그 무엇엔가 깊이 파고들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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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보기엔 비슷비슷한 모습으로 살아가지만, 저마다 건너야 할 인생의 강들은 얼마나 다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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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십대란, 아무것에도 얽매이지 않고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실제론 아무리 휘저어도 손에 잡히는 게 없다. 몸이 붕붕 떠오르는 무중력 속에서 우리에게 허용된 것은 오직 배움이고 계획이고 허구이고, 꿈이고 대기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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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이란, 도저히 참을 수 없는 것들까지도 저렇게 힘껏 받아들이는 사람들인가... 가슴이 뻐개지도록 밀고 들어오는 진실들을 받아들이고 또, 승낙 없이 떠나려는 것들을 순순히 흘려보내려면 마음속에 얼마나 큰 강이 흘러야 하는 것일까. 진실을 알았을 때도 무너지지 않고 가혹한 진실마저 이겨내며 살아가야 하는 게 삶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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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에 발행된 전경린 작가님의 엄마의 집.
할머니가 병원에 입원해있을 때 가져가서 읽은 책인데 혼자 몰래 눈물을 닦아가며 읽었던 기억이 있다. 전경린 작가님 소설은 대체로 좀 어둡고 마음이 묵직해지는데, 그래도 이 소설은 그나마 희망적.
예전 시대와 지금의 한국은 얼마나 다른지, 이 때 인상깊게 읽고 기록해 둔 몇몇 문장은 더 이상 공감되지 않아서 지워버렸다.
확실히 예전의 삶보다는 밝고, 가볍고, 삶의 질도 훨씬 높아진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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