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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문제를 시인하지 않기 위해 사용하는 가장 뻔뻔스러운 방법 중 하나는 스스로 자학하고 슬퍼하고 낙담하고 절망스러워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인정은 하되 변할 의사가 없을 때 여러 가지 변명을 늘어놓거나 심지어 감정적인 협박을 하기도 한다. 정말로 변하려는 마음이 있다면 그런 반응을 멈출 것이다. 말로만 변화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무엇인가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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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의 한 연구를 보면, 스스로 불행해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지위를 남과 비교하면서 기분 나쁜 상태가 되고, 자신이 무엇을 얼마만큼 했는가 보다는 남들에 비해 어떠한가를 더욱 중요시 여긴다는 결과가 있다.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어려운 퍼즐 문제를 풀도록 한 후 그들의 행동을 관찰하였다. 불행해하는 학생들은 자신이 우수한 평가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학생이 더 나은 평가를 받았을 때 기분 나빠 하였다. 자신이 퍼즐을 얼마나 잘 풀었느냐보다 결과가 다른 사람들에 비해 어떠한가에 더 관심이 있다는 말이다. 반면에 행복해하며 사는 사람들은 이러한 사회적 비교를 무시하고 내면의 안정된 기준에 따라 행동한다. 자신이 내면에 세워둔 기준을 충족시키기만 하면 행복할 뿐, 다른 사람이 나보다 얼마나 잘했는지에 대한 관심이 별로 없다. 나에게 없는 것을 남이 가졌다는 게 뭐 어떻다는 말인가? 그렇다고 대체 나에게 무엇이 부족해지는가?
끊임없이 남과 비교하는 것은 자신의 삶에 대해 성취감이 적다는 것이다. 이들에게 세상은 전쟁터이거나 경기장이어서 일정 단계마다 승자와 패자가 갈린다. 모두가 승리하거나 행복할 수는 없다고 여긴다. 다른 사람의 실패가 곧 나의 행복이고, 내가 성공한 것이 된다. 남이 눈부시게 성취했다면 난 빈털터리라는 말이다. 두 사람의 득실을 합치면 항상 제로가 되는 제로섬 게임이 있다. 인생이 제로섬 게임인가? 그런 시각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 다른 사람이 한 발자국 뒤로 물러서는 순간, 나는 앞으로 나간 것 처럼 보이지만 그것을 통해서 내가 얻는 것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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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다 꿈을 이야기하면서 무엇을 해야 좋을지 모르겠다고 하는 사람들은, 늘 말뿐이지 실은 아무 행동도 하지 않는 사람들이다. 힘겹고 답답한 것들에 대해 불평을 하면서도 그것을 고치기 위한 어떠한 행동도 취하지 않고, 모든 것을 남의 탓, 환경 탓, 가족 탓, 경력 탓으로 돌린다. 그것이 왜 안되는지에 대한 이유만을 늘어놓다가 또 원점으로 돌아가 현실적으로 준비가 어렵다는 주장만 되풀이한다.
세상에 시간을 들이지 않고, 별 다른 노력도 없이, 경쟁률은 낮으면서, 평생 고수입이 보장되는 직업을 찾는 방법이 있는가? 늘 현실을 앞세우는 사람이 사실은 가장 비현실적인 사람일 수 있다. 현실적인 것이란 모든 꿈을 포기하고 원점으로 돌아가 전문성이 없음을 한탄하고 학벌 콤플렉스에 괴로워하면서 고용불안을 걱정하는, 그러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현실에 안주하면서 현실로부터 벗어나는 꿈을 꿀 수는 없다. 뛰어난 실력을 갖추기 않았는데 대기업에 취직하거나, 예쁘지 않고 아버지가 부자도 아닌데 흔히 말하는 조건 갖춘 잘난 남자를 만나 결혼하는 것이 사실은 가장 비현실적이다. 자신은 남자를 세속적인 잣대로 재면서 상대에게는 내 영혼을 바라봐 달라고 할 수는 없지 않은가? 무엇보다 남자에게 평생을 기대어 살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가장 비현실적이다. 현실과 비현실의 거리를 좁히기 위해서는 현실이 꿈 쪽으로 다가가야지, 꿈이 현실 쪽으로 다가서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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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십대의 나는 나와 다른 사람들 사이를 정말 많이 비교하고, 내가 이룬 것 보다는 남이 더 많이 이룬 것 때문에 자주 조급해하고 가끔 불행하기도 했던 것 같다. 그게 한국에서의 삶이라 그랬는지, 짧게 살아봐서 눈 앞에 보이는 걸로만 판단하느라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히 더 살아보고 다양한 경험을 해 본 지금은 이런 것들에서 정말 자유로워졌다. 각자 원하는 것이 다르고, 우리는 고유한 개개인이며, 무엇보다 겉으로 보이는 모습만 보고 그 사람의 속사정까지 확인할 길은 없다는 걸 알기에. 내가 세운 내면의 안정된 기준에 따라 나만 만족하며 행복하게 지내면 그만이다. 스트레스 안 받고, 맘 편하고, 자기 전과 아침에 일어났을 때 떠올리는 것 만으로도 인상을 찌푸리게 하는 것이 아무것도 없는 평온함만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꽤 만족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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