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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생이었던 나는 [데미안]과 [파우스트]와 [설국]을 읽었고 절에서 밤새 1,080배를 했으며 매일 해질 무렵이면 열 바퀴씩 운동장을 돌았고 매순간 의미 있게 살지 않는다면 그 즉시 자살한다는 내용의 '조건부자살동의서'라는 것을 작성해 책가방 속에 넣고 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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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즈음 창 밖을 내다보면 뭔가 지나가는 게 언뜻언뜻 눈에 보였다. 바람이라고 생각하겠지만, 그건 덧없이 흘러가는 세월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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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대체로 다른 사람들에게는 큰 관심이 없다. 내가 꼭 하지않더라도 다른 사람들이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에도 흥미가 없다. 내가 해야만 하는 일들이 내 마음을 잡아끈다. 조금만 지루하거나 힘들어도 '왜 내가 이 일을 해야만 하는가?'는 의문이 솟구치는 일 따위에는 애당초 몰두하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완전히 소진되고 나서도 조금 더 소진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었다. 내가 누구인지 증명해주는 일,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일, 견디면서 동시에 누릴 수 있는 일, 그런 일을 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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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집의 식구들은 모두 스물넷에서 서른두 살 사이의 사람들이었다. 인생의 정거장 같은 나이. 늘 누군가를 새로 만나고 또 떠나보내는 데 익숙해져야만 하는 나이. 옛 가족은 떠났으나 새 가족은 이루지 못한 나이. 그 누구와도 가족처럼 지낼 수 있으나 다음날이면 남남처럼 헤어질 수 있는 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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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지금은 어떻게든 내 인생에 도움이 되는 지식을 얻기위한 독서가 많은데, 이 당시에는 어떻게 하면 잘 살아갈 수 있을까? 인생이란 뭘까? 같은 철학적인 질문에 답을 얻으려고 다양한 소설을 참 많이 읽었던 것 같다. 분명 감수성이 좀 더 풍부했던 시기이기도 했을테고.
오래된 블로그를 정리하며 글을 옮겨오는 중인데, 이 과정이 의외로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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