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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그 이튿날도 똑같은 일을 되풀이하고,
어제와 다름없는 습관을 따르면 그만이다.
즉, 거칠고 큰 환락을 피하기만 하면
자연히 큰 슬픔도 오지 않을 것이다.
앞으로 막는 방해 공작을 하는 돌들을
두꺼비는 돌아서 지나간다.
그것이 바로 나다. 세상이 용서하고 말고가 어디 있는가. 매장하고 안하고가 어디 있는가. 나는 개와 고양이보다도 열등한 동물이다. 두꺼비. 그저 뭉그적 뭉그적거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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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 이 세상에는 각양각색의 불행한 사람만 존재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러나 그 사람들의 불행은 모두 스스로 자초한 죄악이므로 어느 누구에게도 항의할 수 없으며, 또 입속으로 웅얼거리며 한마디라도 항의 같은 것을 하려고 하면 넙치뿐만 아니라 세상 사람들 모두가, 어쩜 저렇게 말을 할 수가 있지 하고 기 막혀할 것이 뻔했습니다. 나란 인간은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제먹대로'인 인간인지, 아니면 그 반대로 마음이 지나치게 약한 인간인지 나 자신도 알 수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어쨋든 죄악 덩어리 취급을 받고, 하염없이 불행해 질뿐이고 그것을 막을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 하나도 없는 처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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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나에게는 행복도 불행도 없습니다.
그저 모든 것은 지나갈 뿐입니다.
내가 이제까지 아비규환으로 살아온 소위 '인간'의 세계에서 단 하나의 진리처럼 생각되는 것은 그것 하나뿐입니다.
그저 모든 것은 지나갈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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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에 읽은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실격. 일본에 가서 살기 전부터 일본문학에 관심이 많았지만, 돌아와서부터 본격적으로 다자이 오사무의 책들과 나쓰메 소세키 같은 작가들의 소설을 두루두루 읽었다. 모든 관심사가 일본이었던 나의 20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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