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리의 서재를 구독하기 전부터 차곡차곡 쌓아뒀던 저만의 읽고 싶은 책 리스트에서 하나하나 읽어가는 중입니다. 2023년엔 40권 읽기를 목표로 꾸준히 읽어나가려고 합니다.
-
뉴요커가 좁은 집에 살아도 되는 이유
전 세계에서 가장 작은 집에 사는 사람들은 누구일까? 선진국 중에서는 아마도 단위 면적당 부동산이 가장 비싼 뉴욕에 사는 사람들일 것이다. 하지만 '뉴요커'들의 라이프를 살펴보면 그렇게 비참하게 느겨지지 않는다. 그 이유는 공간 소비의 측면에서 뉴요커들은 아주 넓은 면적을 영유하며 살기 때문이다. 집 크기는 몇 평 되지 않지만 그들은 일단 센트럴 파크나 브라이언트 파크 같은 각종 공원들이 촘촘하게 박혀 있는 도시에 살고 있다. 그리고 걸어서 그 공원들을 오가며 즐긴다. 여름철에는 브라이언트 파크에서 영화를 보고 겨울철에는 스케이트를 탄다. 유니언 스퀘어에서 열리는 장터에서 유기농 먹거리를 사고 센트럴 파크에서 조깅과 일광욕을 즐긴다. 최근 들어서는 하이라인 같은 신개념 고가도로 위의 공원을 산책하면서 저녁노을과 맨해튼의 도시경관을 동시에 즐기기도 한다. 게다가 MOMA 같은 세계적인 미술관들도 매주 금요일 저녁에 가면 공짜로 즐길 수 있다. 한마디로 뉴요커들의 삶은 자신들이 세 들어 사는 작은 방에 갇혀 있지 않다. 그들은 도시 곳곳에 퍼져 있는 재미난 공간들을 거의 무료로 즐기면서 살 수 있다.
-
어떤 사람들은 명품을 이용해 과시를 한다. 1천4백만 원짜리 에르메스 백을 예로 들어 보자. 누구의 1년치 연봉만큼의 돈을 백 하나에 사는 데 쓴다는 것은 자신이 엄청난 부자라는 사실을 과시하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가 관심 있게 봐야 하는 것은 백의 색상이다. 에르메스는 오렌지색이나 하늘색 같은 어처구니없는 색상의 백을 만든다. 생각해 보라. 오렌지색 핸드백을 1년에 몇 번이나 들고 외출할 수 있겠는가? 1년 365일 중 10일이나 들고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이런 특이한 색상은 한 번만 들고 나가도 각인이 되고, 웬만한 옷에는 잘 어울리지도 않는다. 반면 같은 명품 백의 부류에 속하는 루이뷔통 백은 2백만 원대에 살 수 있다. 그런데 루이뷔통 백은 밤색이나 검정색이 많다. 이런 색상의 백은 1년에 250일은 들고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루이뷔통과 에르메스 백의 가격은 7배 차이 나지만, 쓰임새까지 고려한다면 가격 차 곱하기 기간 차(7 X 25)를 했을 때 175배의 차이가 나는 것이다. 에르메스 백은 루이뷔통 백보다 175배 센 과시다. 에르메스 백은 명품계의 원자폭탄이다. 이런 백을 들고 동창회에 나가면 동창회가 초토화되기 때문이다.
여기서 우리가 느낄 수 있는 점은 과시를 하려면 쓸데없는 데 돈을 써야 한다는 점이다. (중략) 마찬가지 이유로 다이아몬드 반지 같은 귀금속은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기 때문에 과시가 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피라미드 같은 건축도 쓸모가 없어서 과시가 되는 것이다.
어떤 사람이 과시를 하는가? 가젤의 경우에서 알 수 있듯이 불안한 자들이 과시를 한다.
-
최근 연구 논문에 의하면 비가 내릴 경우 지면의 바이러스가 발포되면서 작은 알갱이 상태로 옆으로 전달된다고 한다. 따라서 잦은 비는 바이러스의 전염을 유발한다. 비가 적게 오는 건조기후대는 전염병의 전파가 적은 장점이 있었다. 지대가 습한 경우 세균의 번식도 용이하다. 따라서 상하수도 같은 위생 시스템이 없는 상태에서 도시에 전염병이 돌지 않으려면 습한 기후보다는 건조한 기후가 유리했다.
-
'서울로 7017'이 완성되었다. 기존의 자동차 고가와는 다르게 보행자들이 다니는 공원이 주변에 색다른 활력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만든 서울시의 야심작이다. 그 기대는 어느 정도 충족되고 있다. 그러나 필자는 이 공원 계획을 볼 때마다 약간은 창피하다. 서울역 고가공원은 뉴욕의 하이라인 파크를 대놓고 따라 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서울역 고가공원을 보면 항상 남의 것만 따라 하는 카피캣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는 우리나라의 민낯을 보는 것 같다. (중략) 새로운 것을 좀 시도해 보려고 하면 항상 '선진국의 성공 사례'를 찾아오라는 발주처의 자세가 문제다. 실패에 대한 책임회피요 도전 정신의 부족이다. (중략) 이런 자세로는 아이폰 발매 후에 갤럭시 만드는 것 같은 뒷북만 칠 것이다. 갤럭시만 만들어도 돈은 벌지만 애플이 받는 존경은 얻기 힘들다.
-
자동차 보유가 줄어드는 것은 자동차 산업에는 위기지만 건축과 도시에는 기회다. 자동차가 10~30퍼센트로 줄어든다면 현재 도로와 주차장의 70~90퍼센트는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빈 공간이 된다. 사용되지 않는 도로는 녹지 공원이 될 수도 잇고 태양광발전소가 될 수도 있다. 현재 미국에서는 도로 자체를 아스팔트콘크리트 대신 태양전지판으로 포장하려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실리콘칩 같은 태양전지판이 자동차의 하중을 견딜 정도로 강해지고 빗물에도 미끄러지지 않을 정도의 마찰계수만 가질 수 있다면 불가능한 이야기는 아니다. 개인 중심의 교통 시스템이 발달하면서 대중교통 시스템이 점차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그렇게 되면 지하 주차장과 지하철이 다니던 터널은 LED 조명으로 식물을 키우는 실내 농장이나 로봇이 작업하는 공장이 될 것이다.
-
지금같이 주택의 가치가 주택 가격으로 결정되는 것은 마치 학생들을 성적순으로 줄 세우는 것과 마찬가지다. 모든 사람은 세상에 한 명뿐이기에 모든 사람의 인생은 가각 가치가 있고 중요하다. 마찬가지로 내가 사는 집이 있는 땅은 타 장소와 다른 색을 가진 세상에 하나뿐인 장소다. 그래서 내가 사는 집은 그만의 고유한 가치를 가져야 한다. 그래야 물질 중심적인 건축 가치에서 벗어날 수 있다.
* 함께 읽으면 좋은 글
2023.05.04 - [읽고 배우고 생각하고/밑줄긋기] - [데브리북] 안도 다다오, 나 건축가 안도 다다오
'읽고 배우고 생각하고 > 밑줄긋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데브리북] 정태익 외, 머니 트렌드 2023 (1) | 2023.02.01 |
---|---|
[데브리북] 김혜남, 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 (2) | 2023.01.30 |
[데브리북] 데일 카네기, 자기관리론 (0) | 2023.01.10 |
[데브리북] 김난도, 트렌드 코리아 2023 (0) | 2022.12.30 |
[데브리북] 안드레아스 모리츠, 햇빛의 선물 (0) | 2022.11.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