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를 앞두고 이런저런 생각이 많았던 시기에 '서른 살이 심리학에게 묻다' 라는 책을 읽고부터 김혜남 선생님이 쓰신 책은 거의 다 읽어봤다. 심리학에 관심이 많았던 20대에 정말 많은 책들을 읽어봤지만 가장 공감이 되고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었던 건 김혜남 선생님의 책이었다. 밀리의 서재 베스트셀러에 올라있길래 또 새로운 책을 내셨나 반가운 마음이었는데 오래 전에 나온 책의 20만 부 기념으로 책제목이 바뀌고 내용이 살짝 추가되어 나온거라고 한다.
한국에 있었다면 김혜남 선생님이 쓰신 책들은 직접 구입해서 오랫동안 소장하고 싶었겠지만, 캐나다에 있으니 밀리의 서재를 통해서 출간되자마자 바로 읽을 수 있었다는 것 만으로도 너무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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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분석의 선구자인 프로이트가 말한 정상의 기준을 다시 한번 들여다보게 되었다. 그의 기준에 따르면 사람이 '약간의 히스테리, 약간의 편집증, 약간의 강박'을 가지고 있는 것이 정상이다. 즉 세상에 문제 없는 사람은 없다. 모든 사람이 어느 정도의 문제는 다 가지고 있다. 그러니 자신에게 문제가 있다는 것을 부끄러워하거나 부정할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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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길이 맞을까 저 길이 맞을까, 우리는 늘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다. 그런데 분명한 것은 어떤 길로 가는 게 맞을지는 모르지만 걸어간 길을 내 것으로 만드는 것은 나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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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력한 사람들은 아무것도 안 하면서 외부 상황이 바뀌기만을 바란다. 상황이 확 변해서 무언가 할 수 있게 되기를 바라는 것이다. 하지만 아무도 상황을 바꿔 주지 않는다. 그렇다고 내가 뭔가를 바꿀 수 있을까?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것처럼 헛수고하는 건 아닐까? 맞다. 변하는 게 없을 수도 있다. 그런데 분명한 것은 한 발짝이라도 움직이면 적어도 지금 무기력하게 서 있는 그곳은 탈출할 수 있고, 가능성이 보이는 또 다른 곳에 닿게 된다는 것이다.
그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일가에 대한 우리 자신의 선택권이다. 즉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해도 우리에게는 선택권이 있다. 무기력하게 누워서 천장만 보고 살 건지, 일단 박에 나가 할 일을 찾아볼 건지 선택할 권리가 있다는 말이다. 막상 밖에 나가 보면 할 수 있는 일은 우리의 생각보다 많다. 설령 가진 게 아무것도 없다 해도 아이가 넘어져 있으면 아이를 일으켜 세울 수 있고, 길을 헤매는 사람이 있으면 길을 가르쳐 줄 수도 있다. 길거리에 아무렇게나 버려져 있는 쓰레기나 담배 꽁초를 줍는 것도 가능하다. 그렇게 할 수 있는 일을 하나씩 발견하다 보면 다른 건 몰라도 무기력의 늪에서는 빠져나오게 된다.
무엇을 하든 시간은 흘러간다. 무기력의 구덩이에 빠져 '어차피 미래가 안 보이는데 뭐', '해 봤자 안 될 게 뻔해'라며 자포자기하든, 다시금 무엇을 시도하든 인생은 흘러간다. 그렇게 누구에게나 똑같이 시간이 가는 것 같지만 어떤 마음가짐이냐에 따라 10년 뒤 인생이 크게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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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분명 과거의 상처를 치유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진정한 사랑은 우리를 훨씬 괜찮은 사람으로 만들어 준다. 감추고만 싶었던 나의 약점과 단점을 알고도 누군가 나를 진심으로 좋아해 주고 받아들여 주면 '내가 정말 괜찮은 사람이구나' 하는 긍정적인 확신을 갖게 된다. 그래서 사랑에 빠진 사람들은 자신감이 넘치고 무엇이든 시도해 보려고 한다. 지금까지 자신을 둘러싸고 있던 심리적 장벽을 깨부수고 새로운 세계와 조우하며 자아를 확장해 나간다. 사랑 안에서 과거의 상처를 극복하고 그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이다. 그래서 정신분석가들은 "좋은 치료자 백 명보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는 게 더 낫다"는 말을 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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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느냐가 중요해질수록 삶은 매우 불안정해진다. 자신의 생각이나 느낌에 대한 확인의 줄어들고, 자꾸 타인의 시선에 민감하게 반응하게 되고, 타인의 요구에 순응해야 할 것 같은 상태에 놓이기 때문이다. 이제 사람들은 타인을 절대적으로 필요로 하면서도 타인의 평가를 두려워하고, 동시에 자신을 통제하는 타인에게 분노하며 가까이하고 싶어 하지 않는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게다가 언제든 나에게 등을 돌릴지 모르는 타인을 어떻게 믿겠는가.
그 결과 사람들은 누구도 믿지 못하게 된다. 사랑하는 사람도 언제 마음이 돌아설지 모를 일이다. 그러므로 언제든지 헤어질 준비를 하고 살아야 한다. 그가 떠나도 내 삶에는 아무런 여파가 없도록 말이다. 그래서 어느 누구도 깊이 알려고 하지 않는다. 순간순간 보이는 이미지와 그때그때 느끼는 감정을 더 중요시하고, 피상적이고 어떠한 리스크도 감수할 필요가 없는 관계만을 선호할 뿐이다. 그렇게 때문에 현대의 젊은이들은 겉으로는 화려하고 세련되어 보이지만 실은 공허하고 외로움이 많다. 더구나 상처가 났을 때 곁에서 진심으로 걱정해 주고 약을 발라 줄 사람이 없다는 사실이 그들을 더 외롭게 하고, 더 상처에 예민해지도록 만든다. 상처받기 싫어서 그 누구도 깊이 만나고 싶지 않은데 그럴수록 더 상처에 취약해지는 아이러니에 직면하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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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일상은 쳇바퀴처럼 굴러간다. 특별한 일도, 재미있는 사건도 별로 없다. 게다가 나 같은 경우 좋았다 나빴다 반복하는 병을 죽을 때까지 안고 살아가야 하기 때문에 매일 삼시 세끼 약을 챙겨 먹고, 운동을 하고, 고기류를 아예 먹지 않는 등 병을 이겨 내기 위한 노력을 쉼 없이 해야 한다. 그래서 가끔은 정말 지칠 때가 있다. 특히나 고통이 가시기는커녕 심해지는 날엔 아무리 마음을 다잡으려 해도 우울해지기 십상이다. 하지만 그럴 때조차도 고통스럽다 생각하며 누워만 있는 것보다는 소소한 삶의 재미를 만들어 가는 것이 훨씬 좋았다. 일어나서 하고 싶은 일들을 생각하고, 또 그걸 어떻게 하면 더 재미있게 할 수 있을지 떠올리는 것만 해도 좋았으니까. 컨디션이 좋은 날엔 예쁜 옷을 꺼내 입고는 외출을 하고, 컨디션이 안좋아 누워 있는 날에도 키우는 꽃과 나무에 새로 핀 잎사귀는 없는지 살펴본다.
(중략)
나이를 먹을수록 대부분의 사람들이 사는 게 별로 재미가 없다고 말한다. 웬만한 일은 다 겪어 봤기에 호기심이 안 생긴다는 것이다. 먹고 싶은 것도 별로 없고, 하고 싶은 것도 별로 없다면서, 뭐 신나는 일 없냐고 묻는다. 하지만 오금이 저릴 만큼 재미있는 일은 우리 인생에서 그다지 자주 일어나지 않는다. 대부분은 평범한 일상이 이어질 뿐이다. 그리고 무엇이든 재미없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실은 자신감이 없는 경우가 많다. 해 봤자 두각을 나타내지 못할거라는 걱정, 잘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무엇이든 시도해 보기를 주저하게 만든다. 그 결과 그들은 어떤 일에도 쉽사리 호기심을 갖지 못한다.
하지만 그렇게 걱정하는 동안 우리는 그날 누릴 수 있는 진짜 재미를 놓쳐 버리고 만다. 우리가 하는 걱정의 40퍼센트는 결코 일어나지 않을 일이고, 30퍼센트는 이미 일어난 일들에 관한 것이며, 22퍼센트는 아주 사소한 걱정들이고, 4퍼센트는 우리가 전혀 손쓸 수 없는 일들에 관한 것이라고 한다. 나머지 4퍼센트만이 우리가 정말로 걱정해야 하는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쓸데없는 96퍼센트의 걱정과 불평불만에 시간과 에너지를 쏟느라 정작 오늘을 즐겁게 보내지 못하고 만다. 그에 대해 인도의 명상가 오쇼 라즈니쉬는 <장자, 도를 말하다>에서 이렇게 말한다.
"삶은 경험이지 이론이 아니다. 삶에는 해석이 필요없다. 삶은 살아야 하고 경험해야 하고 누려야 하는 것이다. (중략) 매 순간 삶이 그대의 문을 두드린다. 하지만 그대는 머리로 궁리하고 있다. 그대는 삶에게 말한다. '기다려라. 내가 문을 열어 주겠다. 그러나 먼저 결정 내릴 시간을 달라.' 삶은 결코 일어나지 않는다. 평생토록 삶이 그냥 왔다가 간다. 그대는 살아있지도 않고 죽어 있지도 않은 채 다만 고달프게 질질 끌려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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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철학자 윌리엄 제임스는 자부심은 기대와 성공의 비율에 좌우된다고 말했다. 성공의 경험이 쌓일수록 자부심 또한 강화된다는 뜻이다. 또 자부심은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게 만든다. 그렇게 도전하면 할수록 성공의 확률 또한 올라간다. 성공이 성공을 부르는 연쇄 작용이 일어나는 것이다. 그래서 알을 깨고 나아가는 것은 즐겁고 신나는 일이다.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간다는 것은 무엇을 배우게 될지 모르지만 어쨌든 예전에는 몰랐던 나를 발견함으로써 또 다른 성장으로 이어지는 계기가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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