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라이프/이민자의 시선

한국에서의 날들

데브리 2023. 4. 19. 07:04

 

한국에 가있던 짧은 시간동안 매주 빵빵 터지던 큰 사건들.

 
 
뭔가 하나가 터지고 나면 또 다른 큰 사건이 바로 이어 터지기 때문에 뉴스만 틀어도 작은 놀람이 연달아 이어지는 날들이었어요. 캐나다에 살면서는 캐나다 내 뉴스엔 큰 관심이 없고, 캐나다보단 좀 더 큼지막한 일들이 많이 터지는 미국과 전세계 뉴스를 두루 살펴보게되는데 한국에서는 거의 매주 자극적이고 충격적인 사건사고가 많아서 한국 뉴스들만 소화하기에도 버거웠습니다.
 
 

이재명 측근 자살 (5th)
JMS
전두환 손자 폭로
유아인 마약 복용
강남 학원가 마약
... 


 
 
 

 
 
 
다만 너무 자극적이고 충격적인 일들이 많이 벌어지다보니 짧은 시간에 큰 이슈가 되고 금방 또 다른 이슈로 금세 잊혀지는 게 아쉬웠어요. 늘 한국에 갈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뉴스를 보며 받는 스트레스가 엄청 나더라구요. 물론 캐나다에서도 불쾌하고 별 기괴한 사건사고들이 많이 일어나고 있겠지만 이 나라가 내 나라는 아니어서 일까요? 뉴스를 보며 받는 충격의 정도가 다른 것 같아요. 저는 말이죠. 
 
 
 
 


 

 
 
 

한 발짝 떨어져서 보는 한국에서의 삶

 
 

 
 
 
친구들은 평일엔 개인시간 없이 일하느라 바빴고,
주말엔 몰아서 노느라 맛집, 카페, 캠핑 등 정말 약속을 가득 넣어 주말에도 바쁘게 지내더라구요. 
매주 가족들을 데리고 캠핑을 떠나는 평범한 직장인인 형부가
평일엔 매일 새벽 6시에 집을 나가서 저녁 8시에야 돌아온다는 사실에 큰 충격이었구요. 
다들 열심히 일하느라 어디든 평일 낮 거리는 이상하리만치 한산했고, 주말은 미어 터져 숨 쉴 수 없을 만큼 복잡했어요. 
한국 사람들은 다들 옷도 참 잘 입고 스타일에도 민감해서 집 앞에 잠깐 나오는데도 참 깔끔하고 단정하더라구요. 
예쁜 카페엔 모델처럼 예쁜 어린 친구들이 정말 많았고,
요즘 한국 남자들은 다들 운동도 열심히 해서 체격도 다부지고 건강하고 참 보기 좋았어요. 
온라인이건 오프라인이건 예쁘고 맛있는 것들로 넘쳐서 
한국에서 살려면 쓸 곳이 많으니 정말 돈 많이 벌어야되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어요.
커피맛도 수준급이고, 식당 음식은 싸고 맛있고, 제철에 먹는 나물이나 신선한 해산물 같은 거 정말 좋았어요.
캐나다에서 제철 음식?이라면 여름에 먹는 복숭아만 생각나는 데 말이죠.
뭐든 다 있는 다이소와 하루, 이틀만에 오는 택배는 정말 최고입니다.
다만 뭘 살 때는 세일기간이며 쿠폰이며 잘 찾아가며 쇼핑을 해야 손해를 안 보는데,
그만큼 뭘 사거나 예매할 때마다 두세배로 에너지를 써야해서 정신적으로 피곤해요.
무조건적인 명품 사랑은 정말 이해가 가질 않구요, 
다들 돈돈 거리고 사는 이유는 돈을 가진 사람들만 편하게 살 수 있는 환경이기 때문이라는 게 느껴졌어요. 
돈을 쓰며 좋은 서비스를 받고, 좋은 차를 몰면 사람들에게 대우받고, 눈에 보이지 않는 계급이 돈으로 딱 나뉘어 있거든요.
캐나다에선 대중교통이 더 편하고 길을 걸어도 불편한 점이 없지만,
한국에선 차 없이 다니면 너무 불편하고, 교통 신호나 문화도 아직까지도 보행자보다는 운전자가 더 편한 시스템인 것 같아요.

아직도 기억나는 건 한산한 동네 도로에서 운전해서 다닐 때, 차가 오는 걸 보고는 멈추는 보행자에게 (캐나다에서 제가 보행자일 때 운전자들이 하듯이) 먼저 지나가시라고 웃으며 손짓을 했어요. 근데 정말 아무것도 아닌 사소한 배려에 길을 건너다 제 쪽을 보고는 감사하다며 허리를 꾸벅 숙여 인사하고 가는 여고생을 봤던 게 사소한 충격이었어요. 신호없는 횡단보도에서 차와 보행자가 마주치면 보행자가 우선인 이런 문화는 한국에도 빨리 적용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한국 VS 캐나다 어디가 더 만족스럽나?

 
 
어쩌다 캐나다에 왔다가 어쩌다 혼자 영주권을 받아 이민자로 살고 있는 입장에서 지금 생각나는 것들만 간단하게 기록해 볼게요.
 
 
 

 
한국이 불편한 이유는
 
일도 노는 것도 뭐든 남들처럼 너무 열심히 해야하고,

끊임없이 돈에 얽매이게 된다는 것
(나이가 들어 돈이 없어도, 큰 병에 들어 몸이 아파도, 전세사기나 재난을 당해도 나라를 의지할 수 없기에).

여기저기서 알게 모르게 받는 스트레스.

언젠가부터 당연한 듯 늘 존재하는 심한 미세먼지.

아직도 외모, 취향, 살아가는 방식 등 각각 딱 하나의 절대적인 기준과 정답만 존재하는 것 같은 기분.
 
 

 
예를 들면, 어느날 이 광고를 보고는 '아 예쁘다' 라고 생각만 했는데, 개성을 더해주는 이 예쁜 주근깨를 빼라뇨?ㅎㅎㅎ 피부는 희고, 눈은 크고, 주근깨는 없고, 키는 커야하고, 아이돌처럼 날씬해야 하고...라는 외모의 기준이 딱 정해져 있는 한국.  
 
 
 

그래도 한국이 좋은 이유는
 
늘 내 편인 가족과 친구들이 있다는 것.

똑똑한 사람들이 똑똑하고 융통성 있게 열심히 일을 해서 일처리가 빠르고 편해서 살기 편하다는 것.

싸고 맛있는 음식과 깨끗하고 안심할 수 있는 편의시설도 최고.

밤에도 즐길거리가 많은 밤문화.

 





캐나다가 불편한 이유는
 
늘 사람들을 사귀어도 마음 둘 곳이 없고 외로워지는 것.

10년이나 살았어도 뿌리없이 둥둥 떠다니는 기분. 

한국어만큼 자유롭지는 않은 영어로 인한 제약과 내 문화는 아닌 남의 문화 속에서의 일상.

술 마시는 거 외에 즐길거리가 딱히 없는 긴 밤시간.

기나긴 겨울과 세금?ㅎㅎㅎ (사실 아직 엄청 세금을 떼일 만큼 돈을 많이 벌지는 못해서 이건 괜찮아요)

 
 
 
 

반응형


 
 
그래도 캐나다가 좋은 이유는
 
미세먼지 없이 마음껏 야외활동을 즐길 수 있다는 것.

시선들로부터 자유롭고,

조금 덜 열심히 살아도 마음이 불편하지 않다는 것.

길을 걷다가도, 장을 보러가도 눈이 마주치면 타인에게 보이는 미소.

각각 다른 성향과 문화를 가진 사람들이 하나의 절대적인 가치가 아닌 다양한 가치를 존중하며 어울려 살아간다는 것.
 
 
 
 
 


 
 

 
 
매년 다녀올 때마다 새로 발견하거나 느끼는 것들도 많지만, 사실 늘 받는 인상은 전반적으로 비슷해요. 
캐나다에서 살아본 적이 없고 이민생활을 해 본 적이 없는 친구들이나 지인들은 가끔 저를 부러워하기도 하지만, 한국은 한국대로 좋은 점과 아쉬운 점이 있듯이, 캐나다도 같아요.


그래도 저는 아직까지는 캐나다가 더 잘 맞는지 매년 여기로 돌아오게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