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배우고 생각하고/밑줄긋기

[데브리북] 임혜지, 고등어를 금하노라

데브리 2022. 2. 24. 06:14


2월 초에 읽은 임혜지님의 <고등어를 금하노라>. 미니멀리스트로 유명한 어느 네이버 블로거님이 너무 좋아하는 책이라고 추천하기도 했고, 작가님이 독일에서 오래 살아오신 분이라 독일 생활도 궁금해서 읽어봤어요.




 




초반은 독일에서 한국인 유학생이이었던 작가님이 독일인 남편을 만나 결혼을 하고 살아가는 평범한 일상 생활 이야기와 그 사이 본인이 중요시 하는 가치관 등에 대해 쓰신 개인적인 이야기이고, 중후반은 독일 사회와 전반적인 국민 의식 같은 그 나라에서 오래 살아보신 분만이 알려주실 수 있는 독일이라는 나라에 대한 깊이있는 이야기라 개인적으로 뒷부분을 더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평소 필요한 것들만 사는 미니멀리스트라고 생각했었는데, 이 책을 읽다보니 정말 저는 명함도 못 내밀 정도로 작가님 가족은 검소하게 살고 계시더라구요. 저도 환경보호도 중요하게 생각하고 관심이 많지만, 쓸 때는 쓰며 사는 편이라 평소 생활 습관도 소비 성향도 전혀 다른 분이라 솔직히 어떤 부분은 너무 절약하고 고생하며 생활하신다는 느낌도 받았어요. 아마 아직 한국이 가난한 시절에 독일로 떠나셔서 그 때의 생활 방식이나 습관들이 몸에 벤 탓도 있을 것 같고, 독일이라는 나라의 경제적인 현실과 전체적인 분위기와도 관련이 있을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작가님의 남편분과도 가치관이 비슷하고, 자녀분들도 그런 부모님을 따라 어려서부터 자연스럽게 그런 생활들이 익숙해져서 모두 만족하며 지내시는 것 같아서 참 좋은 가정이다라는 느낌을 받았어요.

 



비록 생활 습관이나 소비 스타일에 대해서는 100% 동의할 수는 없었지만, 자녀 교육에 대한 부분이나 그 외 본인만이 가진 신념에 관한 부분들에서 배울 점이 많았습니다. 또 독일이라는 나라에서 예전에 외국인이 받는 차별이나 불합리한 점들에 대해 읽으며, 캐나다에서 인종차별이라는 것은 경험해 본 적도 없고(아마도?) 크게 불편한 점도 못 느끼며 살아가고 있음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다시 한번 느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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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앞에서 활약하는 주연들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뒤에서 배경을 이루는 보통 사람들에 의해 돌아간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겠다. 주연이 아님을 부끄러워하는 대신, 이 '배경'의 위력을 항상 생각하며 '좋은 배경'이 되겠다는 뜻으로 묵묵히 제자리를 지키며, 조용히 씨를 뿌리며 사는 일에 자부심을 가지기로 했다. 티끌인 나에게 태산을 움직이는 힘이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며.



 

 

내가 프리랜서로 하는 일도 경기를 예민하게 타는 편이라 이럴 때 초점을 내 인생에 맞추면 미리부터 화병이 나려고 한다. 행여 패자의 그룹에 속할까 겁나고, 겨우 요 정도밖에 이루지 못한 내 능력이 부끄럽고, 죄 안 짓고 부지런히 살아온 나를 패자로 만든 사화와 국가와 세계가 원망스럽다.



 

 

상생 관계에 있는 친구들을 경쟁상대로 보게 만드는 교육제도는 얼마나 비현실적인가? 나의 안위를 위해서라도 절대로 쓰러져서는 안 되는 옆의 동지를, 내가 밟고 지나가야 하는 적으로 여기도록 하는 교육제도 아래서 과연 우리나라가 국제적인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까?
사람을 쓸데없이 초조하게 만들어 창조적인 사고를 배워야 할 귀중한 시점을 놓치게 만드는 등수 경쟁은 과연 누구에게 이익이 될까?



 

 

9퍼센트가 빠지면 백 퍼센트 행복할 수 없다

오늘날 독일에서 외국인의 비율은 9퍼센트이다. 독일에서 외국인 노동자를 받기 시작한 1955년에는 1퍼센트였다. 우리나라의 외국인 비율도 1퍼센트를 넘어선 지 얼마 되지 않는다. 상황도 여러모로 비슷하다. 세계 정세로 보나 우리나라의 산업 구조로 보나 외국인 노동자가 앞으로 늘면 늘었지 줄어들 가능성은 적고, 타민족과 대등하게 어울리는 연습을 하지 못한 역사로 인해 우리 국민의 배타성도 독일 국민 못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독일의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남의 실수를 답습하지 말고 교훈으로 받아들여 좀 더 효율적으로 외국인 노동자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독일의 보통 사람들이 제때에 깨이지 못해서 자초했던 실수를 우리는 뛰어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