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미국 도서상 최종 후보에까지 오르고, 뉴욕타임즈와 USA투데이, 영국 BBC 등에서 올해의 책으로 꼽혔을 뿐만 아니라 오바마 전 대통령도 추천했을 정도로 이미 해외에서 인정받은 이민진 작가의 파친코. 대략 500 페이지에 달하는 분량에도 불구하고 한번 손을 대면 몇 시간이고 거침없이 읽혀졌는데, 책을 빨리 다 읽어버리고 싶지 않아서 아끼고 아껴가며 읽었던 소설입니다.
이민진 작가
이민진 작가는 1968년 서울에서 태어나 7살에 부모님을 따라 미국으로 건너갔다. 생계를 꾸리느라 부모님은 항상 바빴고, 당시에는 영어가 유창하지 않아 친구를 사귀기고 힘들었다고 한다. 대신 도서관에서 분야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책을 읽으며 영어실력도 향상되었고 미국 생활에도 적응하게 된다.
부모님의 뜻에 따라 예일대 역사학과와 조지타운대 로스쿨을 졸업한 후 로펌에서 유능한 변호사로 일을 했지만 건강상의 문제로 그만두고 꿈을 찾아 작가가 되기로 한다. <백만장자를 위한 공짜 음식>에서 작가의 자전적인 스토리를 읽어볼 수 있다. 이 후 쓰여진 그녀의 두 번째 장편소설이 바로 파친코인데, 대학 때 한국인들이 일본에서 심한 차별을 받아왔으며 한 중학생 남자아이는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도 있었다는 일본에서 활동한 미국 선교사의 강연을 듣고 재일 한국인들에 대한 관심이 생겼다고 한다. <파친코>는 이민진 작가의 변호사 남편이 도쿄로 발령 나면서 그곳에서 생활하는 동안 실제로 일본에 자리 잡은 한국인들을 만나거나 전화 통화를 하는 등의 자료조사를 해가며 썼다고 한다. 짧은 시간에 완성된 소설이 아닌, 굉장히 오랜 시간 생생한 스토리 라인을 위해 리서치하고 인터뷰해가며 만들어진 소설이다.
줄거리
우연한 기회에 일본으로 건너가게 된 순자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4대에 걸친 한국인 가족의 이야기. 식민지 시대를 배경으로 순자의 어머니 아버지가 만나고 결혼하게 되는 과정으로 시작되고, 순자의 결혼과 아들 노아와 모자수, 모자수의 아들 솔로몬에 이르기 까지 당시 일본에 거주 중인 한국인들의 삶을 배경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읽고 난 후
1년 조금 넘는 짧은 시간이지만 나는 일본에서 생활해 본 적고 있고, 일본인과 결혼한 지인도 있고, 부모님 중 한쪽이 한국인인 일본인 친구도 있어서 어려서부터 재일교포 작가들이 쓴 소설과 그들의 삶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 어떻게 이 책을 알게 되었는지는 기억이 나질 않지만, 꼭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던 차에 친구에게 선물을 받았다. 영어 원서로 된 두꺼운 책임에도 불구하고 정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다.
당시 기나긴 락다운으로 지쳐있을 때라 더 그랬는지는 모르겠으나 읽으며 정말 많이 울었던 기억이 있다. 본격적으로 일본으로 건너가기 전의 이야기부터, 물론 소설의 배경은 일본에서 힘들게 살아가는 내용이 주가 되지만 나는 뭔가 식민지 시대를 살아온 순자의 부모님 이야기를 읽으면서도 참 많이 눈물이 났다. 배경도 다를테고 어떻게 살아오셨을지 상상도 가지 않지만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 생각도 많이 났고, 그 시대를 지나오고도 쉽지만은 않았을 시대를 살아왔을 엄마 아빠, 특히나 한국에서 누군가의 아내로, 며느리, 또 엄마로 살아온 할머니와 엄마 생각이 많이 났다.
조금은 다른 이야기일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친한 일본인 친구들에게 이런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왜 한국인들은 만나면 늘 밥은 먹었어? 라고 물어?" 그때마다 나는 "잘은 모르겠지만 아마 우리가 가난했던 시절에 굶고 사는 일이 많았기 때문에 물어보고 자신이 가진 걸 나눠주는 문화가 자리 잡은 게 아닐까?” 라고 대답을 했었다. 이 책을 읽으며 우리가 이런 과거를 지나왔기에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 세대는 무엇이든 절약하고, 그 정신이 부모님 세대로 전해지고, 지금이야 많이 누릴 수 있고 편해졌지만 우리 세대도 조금은 그런 정신이 남아있는 것은 아닐까 하고 생각해봤다.
이민진 작가는 일본에서 자라지는 않았지만, 어려서 미국으로 이민하며 본인도 이민자로 살아오며 알게 모르게 있는 차별과 소외감이 분명 존재했을 거라고 믿는다. 그런 부분들이 나라는 다르지만 이민자의 삶에 관심을 가지게 만들고 이런 소설도 쓸 수 있게 만든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해봤다.
책을 다 읽고 나서 곧 애플tv 드라마로 제작된다는 뉴스를 발견했다! 드라마화되는 것 자체도 기뻤지만, 윤여정 배우님이 참여를 하셨다니 더 기대된다. 두꺼운 책이 부담이라면 드라마로라도 많은 사람들이 접할 수 있었으면 좋겠고, 일본인들이 조금이나마 더 재일교포들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 원래는 데브리즈 초이스(devleeschoice.tistory.com)에 올렸었는데 최근 독서기록은 이 블로그에 남기기로 해서 옮겨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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