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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브리북] 김선경, 서른살엔 미처 몰랐던 것들

데브리 2023. 6. 4. 12:05

 

서른 살엔 미처 몰랐던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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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이 자기만의 경험과 생각을 담은 어떤 행위로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것이라면 인생도 충분히 예술적으로 살 수 있다. 예술적인 삶이라고 해서 꼭 거창하고 특별한 삶을 일컫는 것은 아니다. 일상에서 자기를 잃지 않고 어떤 일이든 스스로 느끼고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 '나다음'을 잃지 않고 주어진 삶을 아름답게 만들려 애쓰는 것. 그 작은 노력들이 차곡차곡 쌓여 예술적인 삶이 완성되는 것은 아닐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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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말라야는 사방이 위험하지요. 언제 설벽이 무너질지, 언제 발밑이 꺼질지 아무도 모릅니다. 한 발만 어긋나면 천길 아래로 추락할 수도 있습니다. 안전한 길은 아무 데도 없습니다. 그러니까 내가 내딛어 길을 만드는 수밖에요."

 

인생 역시 어떻게 펼쳐질지 아무도 모른다. 어려움과 고전을 피하려다가 더 큰 어려움을 만나기도 한다. 칼 구스타프 융은 "사람들은 아마도 안전한 길이 있을 거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길은 죽은 자의 길일 것이다" 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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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사람들이 자신을 함부로 대하는데도 가만히 있는다면 당신은 결국 그것 때문에 그들을 미워하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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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륜스님이 결혼할까요, 말까요를 묻는 이에게 이렇게 말했다.

"결혼은 해야 한다 하지 말아야 한다고 얘기하는 게 아니다. 결혼을 했으면 결혼 생활이 행복하도록 하고, 혼자 살면 혼자 사는 것이 행복하도록 해야 한다. 행복은 결혼 자체와는 상관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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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존감은 스스로를 높이고 나를 긍정하는 것이다. 우월감과는 다르다. 다른 사람과 비교하며 잘났다고 생각하는 상대적인 감정이 우월감이라면, 자존감은 나의 잘난 점 못난 점 모두 포용하는 감정이다. 건강한 자존감은 자신의 부족함도 웃어넘길 줄 안다. 남보다 못한 약점이 있더라도 뭐 어때, 그래도 한 번 해보자고 생각한다. 자존감이 있다면 무엇을 해도 두렵지 않다. 어떤 일에도 당당하다. 다른 사람들에게서 쉽게 상처받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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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울 때는 누구나 웃을 수 있다. 즐겁지 않을 때 웃는 웃음이 진짜다. 세상에 어떻게 저런 일을 견뎠을까 하는 사람들, 그들은 대부분 낙관주의자다. 웃어서 슬픔을 버리고 웃어서 절망을 넘기는 수많은 인생 고수들 앞에서 나는 옷깃을 여민다. 앞으로 삶이 어떻게 펼쳐질지 모르기에 나도 저이들처럼 평소 웃는 연습을 해 두어야겠다고 생각한다. 하는 일이 뜻대로 안 풀리고, 누군가에게 상처받거나, 나만 홀로 소외된 느낌이 들거나, 사랑하는 사람이 내 마음을 몰라주거나 아니면 그냥 좀 울적해지고 지칠 때 "내가 왜 이러지?" 하면서 입 꼬리를 살짝 올려 웃는 연습. 큰 웃음이 어색한 나에게는 이 정도만 해도 대성공이다. 웃음은 여전히 나에게 어려운 일이다. 남들처럼 목젖이 들여다보일 만큼 박장대소하지는 못하겠지만 그러나 날마다 조금씩 웃는 연습을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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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과 자유에 대한 생각이 빈약했던 그때 나는 직장 생활 4년차였다. 그저 그런 직장 생활에 슬슬 지겨움을 느끼던 터였다. 매일 같은 시간에 기계처럼 출근해 교정지에 얼굴을 묻고 틀린 글자 찾아내기, 틈틈이 상사에게 불려 가 띄어쓰기 틀렸다고 지적받기, 지하식당에 줄을 서서 맛없는 밥 돈 주고 사먹기....., 그 사이사이 '나는 왜 이렇게 살까' 투덜대고, 과거의 실수를 되새김질하고, 사소한 걱정으로 나 자신과 티격태격했다. 이렇다 할 재능도 불타는 열정도 없으니 다소 뻔한 삶을 살 거라고 예감하면서도, 누구나 다 이렇게 사는 거라고 약삭빠르게 스스로를 달래기를 반복했다.

 

그리고 십 몇 년이 흘렀다. 그동안 몇 번 직장을 옮기고 남자를 만나 결혼을 하고 엄마가 되었다. 우연히 황주리 선생을 인터뷰하게 되었다. 그해 들어 가장 추운 날이었다. 경복궁 근처 화랑에서 그녀의 스물다섯번째 전시회가 열렸다. 밝은 색채의 그림을 보자마자 마음이 환해졌다. 그림 속에는 시간과 사람 그리고 이야기가 있었다. 그런데 꽃봉오리마다 담긴 풍경이 낯설지 않았다. 아버지 어깨에 목말을 한 아이, 키스하는 연인, 무릎에 얼굴을 묻은 남자, 발가벗은 아기를 안은 엄마, 휴대전화를 든 여인, 버스정류장에 시무룩이 서 있는 사람..... 나는 눈물이 날 뻔했다. 그것은 지나간 시간의 갈피 속에 고이 접혀 있는 나의 어느날이었다. 힘들고 가끔은 하하 웃고 지루하고 화가 나던 어느날 말이다.

 

정현종 시인의 시구처럼 일상의 모든 순간이 꽃봉오리라는 것을, 아름답건 비루했건 간에 자체만으로 빛나는 것임을 그리고 작은 꽃송이가 모여 '인생'이란 꽃이 되는 이라고 그림을 말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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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재료라도 누가 요리하느냐에 따라 요리 방법도 맛도 다르다. 하물며 우리 인생은 어떠랴. 펑펑 쏟아지는 눈송이는 같은 모양이 단 한 개도 없다고 한다. 대기의 기온과 수분이 눈의 형태를 결정짓기 때문이다. 눈송이처럼 우리도 저마다 다른 삶의 조건을 가지고 있다. 얼굴과 성격이 다르고 삶의 환경도 천차만별이다. 신이 각각 다른 삶의 조건에서 태어나도록 한 것은 각자에게 주어진 삶의 재료를 가지고 한 번 마음대로 살라는 뜻일 것이다. 하지만 내 삶의 재료는 늘 부족하고 다른 사람이 가진 것만 눈에 들어온다. 돈이 많았더라면, 얼굴이 예뻤더라면, 머리가 똑똑했더라면, 몸이 튼튼했더라면, 용감한 성격을 가졌더라면 등. 그러다 보니 '~더라면' 이라는 생각을 얼마나 버리느냐에 따라 인생의 방향이 결정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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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따분한가

 

멈춰 서는 ,

 

끝내는 ,

 

닳지 않고 녹스는 ,

 

사용하지 않아 빛을 내지 못하는 .

 

 

 

 

 

 


 

 

 

 

+

마음이 힘들 때 읽은 책인데, 읽는 내내 위로받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내 상황에 딱 맞는 이야기들 같기도 하고, 모든 이들이 겪는 늘 있는 이야기들 같기도 하다.

각자의 삶이 크게 다른 것 같기도 하지만 한발짝 떨어져서 보면 모두 비슷비슷하게 살아가고 있으니까.

좋은 책을 읽고나니, 밑줄그어두고 힘들 때 마다 다시 읽고싶은 내용이 너무 많아서 글이 길어졌다.

고마운 책. 고마운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