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라이프/이민자의 시선

미국, 캐나다 사람들에게 비춰지는 한인 교회 (ft. 미드 오피스 The Office)

데브리 2021. 9. 13. 11:38

데브리입니다.
오늘은 제가 정말 좋아하는 미국 드라마 The Office 시즌5에 한인교회 차에 대한 에피소드가 있어서 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




미국 NBC에서 방영했던 총 시즌 9편을 마지막으로 종영했으나, 영국판 드라마, 영화로까지 제작된 정말 인기가 많았던 드라마입니다. 개인적으로 이 미드를 발견한 계기는 토론토에 처음 도착해서 오피스 잡을 구하려고 노력하던 시기에 혹시나 영어공부에 도움이 될까 해서 무작정 '오피스'로 검색해서 발견하게 되었어요. 보면서 알게 되었지만, 실제 구직활동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습니다 ㅎㅎㅎ 미국이나 캐나다 중소도시에 다운타운만 조금 빠져나가면 볼 수 있는 흔한 건물을 배경으로 페이퍼 컴퍼니 내에서 일어나고 있는 에피소드가 대부분입니다.


처음 시즌1에서는 주인공이나 마찬가지인 보스 마이클이라는 캐릭터가 너무 답답하기도 하고 미움받기 딱 좋은 밉상 캐릭터라서 보는 저도 참 답답했는데요, 딱 한 시즌 끝내고 나니 그의 엉뚱하고 순수한 매력에 빠져들게 되더라구요.




그러다 한 에피소드에서 마이클이 원래 근무하던 회사에서 잠시 나와 리셉셔니스트인 팸과 함께 본인의 개인 회사를 차리며 직접 거래처에 배달까지 하는 장면이 있었습니다. 그 배달을 위해 쓰인 차가 바로 팸이 구한 한인교회 차입니다.

새벽에 배달을 시작하기 전, '우리 한인교회 차 빌렸어' 라고 설명하는 팸




'스크랜턴 할렐루야 교회'





배달을 떠나는 마이클과 팸




거래처에 배달하러와서 잠시 주차했는데, 그 와중에 교회 차라며 올라타려는 한국인. 그리고 '오늘 하루만 우리 회사에서 빌린 거야'라고 팸이 설명하지만, 영어를 전혀 알아듣지 못하는 한국인 캐릭터.




도로에서 신호에 걸려 정차 중인데 또 교회차로 착각하고 올라타는 한국인 아주머니.






이젠 설명하는 것도 지쳐버린 팸.



단 하루 업무를 해보고서는 팸과 마이클 둘다 그냥 원래 회사로 복귀하기로 결정하며 끝이 났는데, 모두가 떠난 후 나오는 마지막 씬에는 또 한 명의 한국 여자분이 무표정으로 차에 올라 있음.





이렇게 유명한 미국드라마나 영화에서 가끔 한글이 나오면 괜히 너무 반갑죠? 이 에피소드를 보면서 오피스 드라마 자체가 너무 웃긴 것도 있는데 이 설정 자체가 정말 리얼하기도 해서 혼자 보면서 한참을 웃었어요.

실제로 저도 맨 처음 토론토에 왔을 때 다운타운에서 멀리 떨어진 한인교회를 다녀본 적이 있어서 그 근처에 가면 몇몇 한인 교회에서 픽업 나오는 이런 교회 차를 타보기도 했거든요. (물론 이 드라마에 나온 것처럼 한국어로 교회 이름이 쓰여있지는 않답니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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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한참 웃고나니, 문득 제가 사는 캐나다나 한인교회가 많은 미국에서 픽업 나온 교회 차를 타고 가는 한인들이 케네디언과 미국인들에게는 이런 시선으로 보일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특히나 무표정으로 차에 올라타는 한국인 아주머니 캐릭터에게 'THIS CAR IS NOT FOR THE CHURCH ANYMORE, THIS IS FOR THE PAPER COMPANY NOW!" 라고 큰 소리로 또박또박 말하는데도 영어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표정의 한국인 캐릭터... 이게 정말 그들이 바라보는 영어권에 사는 한국인 중년 여성의 stereotype (정형화된, 일반적인 이미지) 일수도 있겠다라는 생각.





한편으론 우습기도 하고 쓸쓸하기도 하지만 반박할 수 없을 정도로 리얼하고, 실제로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장면인 것은 사실입니다. (코로나로 아시안 증오범죄가 증가한 요즘 같을 때 이런 에피소드가 나왔으면 아마 난리 났겠죠?^^)

개인적으론 이 에피소드를 보면서 '이건 인종차별이다! 한국인을 우습게 만들었다!!' 라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구요, 다만 캐나다뿐만 아니라 어디든 해외로 이민 가서 살고 있는 한국인 가족들이, 특히 중년 여성들이 교회에 너무 의지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외롭지도 않고 걱정거리도 없이 지냈으면 좋겠다란 생각이 문득 들었어요. 한국인은 무표정 & 영어를 못한다는 이미지도 좀 사라졌으면 좋겠구요. 개인적인 감상편이었습니다. 궁금하신 분들은 꼭 보세요 미드 오피스(The Office), 정말 재밌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