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브리입니다.
8월에 1편을 시작해두고는 이제서야 2편 어학연수 편을 올리게 되었어요. 이번 편에서는 제가 2013년 여름부터 1년간 벤쿠버에서 어학연수를 한 경험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당시 제가 선택한 어학원은 ILSC라는 대형 어학원들 중 한 곳이었어요. 이 곳을 선택한 이유는, 다른 학원들에 비해 비교적 자유롭게 시간표를 정할 수 있고, 매달 본인이 희망하는 수업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 큰 매력으로 다가와서였습니다.
홈스테이 3개월 후 다운타운으로 이사, 이후 3번 정도 콘도를 옮겨가며 이사를 다님
홈스테이에는 당시 750불 정도 냈던 것 같고 (당시 환율로 1달에 75만 원 이상) 홈스테이 맘이 매일 아침은 간단한 빵 종류, 점심은 도시락, 저녁은 고기류로 식사를 준비해줬어요. 아무래도 초반에 처음 도착해서는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이기 때문에 홈스테이가 비싸더라도 어학연수생들에게는 제일 편한 선택입니다. 학원 친구들 대부분이 처음에는 홈스테이에서 지낸 후에 어느 정도 적응이 되면 같이 살 친구들을 구해 렌트를 하는 편이었습니다. 어떤 홈스테이에 들어가느냐에 따라 대우, 음식 수준, 거주 환경 등이 달라지기는 하지만 제가 지낸 곳은 별문제 없이 지내기 좋았어요.
이후 친구들이 생겨 다운타운에서 늦게까지 노는 경우가 많아지다 보니, 다운타운에 살고 싶은 생각이 들기 시작했어요. 홈스테이 맘이 필리핀 사람이라 너무 고기 위주인 식단도 질리기 시작했고, 방을 구해서 자유롭게 지내고 싶다는 생각이 컸습니다. 여기저기 많이 둘러본 후, 다운타운에 있는 최신식 콘도의 솔라리움에서 월 550불을 내며 지내기 시작했어요. 아무래도 당시는 학생이라 뭐든 다 비싸게 느껴지더라구요. 많은 학생들이 콘도에 살고 싶을 경우 솔라리움이나 덴, 아니면 친구 1명과 마스터 배드룸을 셰어하며 보통 월 450불 - 1000불까지를 렌트비로 내고 있었습니다.
어학원 6개월 + 수료 후 관광비자로 6개월
먼저 레벨 테스트를 받고 반 배정을 받게 되는데, 중급반에 배정을 받았어요. 레벨이 낮으면 외국인 비율이 높아지는데, 레벨이 중급 이상일 경우 반에 한국인들이 많아지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제가 있는 반에도 절반이 한국인이었지만, 초반에는 학원 수업이 끝나도 꼭 영어로만 대화를 했었어요.
초반 3개월
친구도 많이 사귀고, 수업도 새롭고, 벤쿠버 내 이곳저곳을 다니며 늘 설레는 기분으로 지냈던 것 같아요. 게다가 여름 시즌이라 매주 이벤트도 많고, 가볼 곳도 많고, 친구들이 서로 집에 초대해주기도 해서 그런 과정에서 더 많은 친구들을 사귀게 되는 기간입니다.
3개월 - 6개월
초반에 같이 공부했던 친구들과 점점 반이 흩어지기 시작하고, 본인 나라로 돌아가는 친구들도 하나둘 생기고, 좀처럼 늘지 않는 영어에 조금씩 지치기도 하는 시기였어요. 3개월 정도 실컷 놀긴 놀았는데, 돈 들여 어학연수를 왔는데 공부보다는 너무 놀기만 했던 것 같아서 학원이 끝나면 도서관에도 가고, 워킹홀리데이로 온 친구들은 슬슬 파트타임을 시작하기도 하는 시기입니다.
6개월 - 9개월
저는 6개월째로 학원은 끝이 났고, 관광비자를 연장하여 6개월을 더 지내기로 했었어요. 미리 준비해서 온 돈으로는 딱 6개월 학비 + 생활비만 가져온 터라 비자 없이 일할 수 있는 한국 레스토랑에서 몰래 파트타임을 시작했어요. 다운타운에서 거리가 있는 곳이라 매일 스카이트레인을 타고 멀리까지 가서 일하고 돌아오곤 했습니다. 한국에서 사무직으로만 일을 했던 터라 벤쿠버에서 레스토랑 서버로 일하며 체력적으로 많이 힘들기도 했고, 엄격한 분위기라 초반에는 정신적으로도 많이 지치기도 했었었지만 생활비를 벌 수 있었기에 참고 일 할 수 있었습니다.
9개월 - 12개월
이때쯤이면 이미 초반에 사귄 친구들은 대부분 본인들 나라로 돌아가고 벤쿠버에 아는 사람이 많이 남지 않게 됩니다. 게다가 매일 비만 오는 벤쿠버 겨울 날씨를 견디기가 힘들더라구요. 주 4일 정도 나가서 파트타임은 했지만 그 외에 겨울에 벤쿠버에서 즐길 수 있는 일은 많이 없어요. 보통 이때쯤 많이 지쳐서 예정보다 일찍 귀국하는 어학연수생들도 정말 많습니다. 저는 이즈음엔 영어공부는 거의 하지 않았고, 그동안 파트타임으로 모았던 돈으로 한국으로 돌아가기 전에 미국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캐나다에서 더 지내고 싶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컬리지까지 가고 싶지는 않았던터라 마지막까지 고민이 많았지만, 일단은 한국으로 돌아가기로 했습니다.
어학연수와 관광비자로 총 1년을 지내보며 느낀 벤쿠버
한국에서는 늘 뭔가 더 하지 않으면 불안하고, 더 가지지 못해서 안달내며 살았었는데 벤쿠버에 지내보며 그런 사소한 것들에 연연하지 않게 되더라구요. 평일 오후에 여유롭게 (엄마가 아닌) 아빠와 놀이터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이나 주말마다 가족들로 넘쳐나는 공원, 산, 강가 등. 눈만 돌리면 자연 속에서 소소한 행복을 즐기며 살아가는 캐네디언들이 보였어요. 돈을 목적으로 매일 쫓기듯 살아가는 일상이 아닌, 자연과 여유를 즐기며 느긋하게 살아도 되는 일상이 보이더라구요. 확실히 아이들을 키우기에 정말 좋은 환경이고,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며 캠핑이나 등산, 스키 등의 취미가 있으신 분들에게는 천국입니다.
하지만 화려한 여름이 지나고 겨울이 오면 풍경이 확 바뀌게 됩니다. 원래 인구가 많지 않은 도시이기도 하지만, 겨울엔 다운타운 자체에 사람도 훨씬 많이 줄고, 매일 비가 와서 집 밖을 나가고 싶다는 생각도 들지 않아 저는 그냥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았습니다. 그나마 친구들이 남아 있을 땐 친구들 집에 가서 요리하고 술 마시고 노는 정도의 여가생활이 다였고, 친구들이 하나둘 떠나고 나니 어떻게 겨울을 보내야 할지 몰라서 막판엔 미드만 보며 시간을 보냈었어요. 이건 어학연수생들에게만 국한되는 이야기가 아니고, 이민해서 오래 사시는 분들도 똑같이 느끼는 부분이에요. 큰 회사도 없고, 좋은 일자리도 많이 없을 뿐만 아니라 벤쿠버라는 도시 자체가 전반적으로 laid-back (느긋한, 태평스러운) 한 분위기이기 때문에 젊은 층이 열정적으로 무언가에 몰두하거나 즐길 수 있는 도시는 아닙니다. 그래서 술이나 마약에 빠지기 쉬운 도시이기도 하고, 실제로 많은 젊은 층이 그런 식으로 젊은 시절을 보내기도 한답니다.
게다가 워낙 작은 도시이다보니 한다리만 건너면 아는 사람입니다. 소문이 퍼지기도 쉽고, '어디에서 일하는 누구' 라고 하면 '아 걔!' 라는 이야기를 쉽게 들을 수 있을 만큼 좁은 사회에요. 한국인들의 커뮤니티는 말할 것도 없겠죠. 다운타운이나 한인들이 많이 사는 코퀴틀람, 한인교회를 나갈 경우 등등 늘 소문이 퍼지고 한가한 도시이다 보니 쉽게 가쉽거리를 만드는 경향도 있는 것 같아요. 이민해서 사실 분들의 경우 이부분을 꼭 염두에 두셨으면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주어진 자연환경과 도시 자체의 분위기는 너무나도 좋지만, 친구들이나 가족이 없는 어학연수생들에게는 벤쿠버가 많이 외로운 도시로 느껴질 수 있습니다. 혹시 짧게 어학연수만 다녀오고 싶으신 분들에게는 5-6월부터 10-11월 정도 사이로 겨울을 피해서 다녀오시는 걸 추천드리고, 영주권까지 생각하시는 분들은 벤쿠버에 적응해서 가족을 이루기 전까지는 친구도 많이 사귀시고 적극적으로 다양한 취미활동이나 모임을 하시며 생활하실 것을 추천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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