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여행 걸어서 세계속으로라는 방송에 나온 이 가족을 유튜브에서 우연히 발견했다. 2016년 당시에는 독일에 자리잡고 살고 계셨는데 지금은 어느나라에서 어떤 모습으로 살고 계신지 모르겠다. 밀리의 서재에 이 가족 중 아버지가 쓰신 책이 있길래 읽을 수 있었다.
말 그대로 20년간 여러나라에서 단기로 머물기도 하고 이민도 하며 살아가고 있는 이 가족. 멕시코에서 양말 장사를 시작으로 여러 나라에서 여러 직업을 가지며 때론 힘겹기도 했지만 가족이 똘똘 뭉쳐 행복하게 살아온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내가 20대 초반에 제일 처음 해외 생활을 시작한 일본 도쿄에서 생각해봤던 삶의 방식이기도 하다. 어느날 어학교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집근처 편의점 알바생을 바라보다 '큰 욕심만 없으면 평생 직장을 갖는 것 보다는 저렇게 일하고 싶을 때만 일을하며 생활비를 벌고, 기분 내킬 때마다 나라나 도시를 옮겨가며 사는 건 어떨까?'란 생각을 문득 했다. 물론 아직 충분히 인생을 살아보지 못해서 살면서 안정적인 수입과 보험 혜택이 얼마나 중요한지, 세금이나 한 나라를 옮길 때 마다 드는 정착과정과 비용에 대한 깊은 생각은 하지 않은 단순한 아이디어였다.
지나고보니 여러 곳을 거쳐 지금은 캐나다라는 나라에, 그리고 토론토라는 도시에 오랜 기간 자리를 잡고 살고 있지만 나도 이 가족처럼 유목민처럼 여러 곳을 정처없이 떠나며 사는 삶이 부럽기도 하다. 이렇게 살고 싶다고 해도 혼자 이동하며 사는 것도 쉽지 않은데 온 가족이 함께 이런 삶의 방식에 동의하고 함께 여행하듯 살아간다는 게 정말 부럽고 대단하다.
다만 책에도 나와있듯 무조건 해외에서 산다, 이민해서 산다라고 해서 한국에서 사는 삶보다 풍요롭고 여유롭다는 의미는 결코 아니다. 한 곳에 둥지를 틀지 않고 살아가는 만큼 그만큼 부족한 것도 많고, 한국에선 당연하게 누릴 수 있는 것들도 당연하지 않기에 더 힘든 삶을 살아내야할지도 모른다. 이민해서 사는 삶이 더 좋다, 혹은 한국에서 사는 삶이 더 좋다라고 단정지을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그냥 어느 삶이 본인이 더 추구하는 삶이며 어떤 형태로 살 때 본인(혹은 가족)이 더 행복한가에 따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20대 중반에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 한 도시에서만 이렇게 쭉 사는 건 토론토가 처음인 나도 요즘 슬슬 다른 도시나 나라로 눈을 돌리고 있는 건 사실이다. 그렇지만 캐나다 영주권을 포기하고 싶은 생각은 없고, 가까운 미국은 이민해서 살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영국이나 주변 유럽 국가들에서 살아보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지금 경제상황이 이런데다가 겨울이 다가오고 있기 때문에 당장은 옮길 수 있을 것 같지도 않다. 스페인어를 조금씩 공부하고 있기에 남미나 스페인도 생각해봤지만 무작정 옮겨가기에 적은 나이도 아니기에 '가서 살아보면 어떨까?' 하고 상상만 해보는 중이다. 가까운 시기에 생활비가 적게 드는 베트남이나 태국에 1-2달 살기로 다녀오고 싶은데 아직 잘 모르겠다. 아무 곳으로나 막 옮겨갈 수 있을만큼 경제적으로도 엄청 여유있는 상태는 아니지만 정말 가겠다는 의지만 있으면 어떻게든 방법은 생겨나니깐. 늘 그렇듯, 이렇게 글로 남겨두면 언젠가는 이뤄지는 확률이 더 높아지니까 일단 남겨놓기라도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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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굴 만나느냐?' 이것이 정말 중요한 문제이다. 이민자들이 하는 말 중에 "공항에 누가 픽업 나왔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이민 생활 자체가 정해진다/"라는 명언이 있다. 낯선 외국에서 어떤 이를 만나느냐는 초기 이민 생활의 거의 대부분을 좌지우지하는 절대적인 부분을 차지한다.
전적으로 동의한다. 이민 뿐만 아니라 어학연수, 유학생들도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 유학 생활이 많이 바뀐다. 부모님이 아이들이 어떤 친구들을 사귀느냐에 민감한 대는 다 이유가 있다. 주변 사람이 주는 영향이란 정말 엄청나다. 사람들은 자신이 알고 경험한 것 내에서 조언과 충고를 해주기 때문에 이런 조언들은 모두 한정적이다.
어느 집사님이 자기 경험담이라며 해주신 이야기인데 일본인들과 점심을 먹고 본인이 그 점심값을 다 계산하셨단다. 그리고 커피를 먹으러 갔는데 같이 간 일본인들 중에 그 누구도 커피값을 내주는 사람이 없어 자기 커피값을 내고 마셨단다. 한국 같으면 내가 밥 사면 상대방이 커피값 정도는 내주는 게 상식적인 것인데, 일본인들은 그렇지 않으니 술을 함께 마셔도 자기 술값은 먼저 자리를 떠도 테이블 위에 내놓고 가는 게 당연한 일이다.
일본인들이라고 해서 100% 더치페이는 아니지만 이런 경우는 흔하다. 나도 같이 일한 동료를 불러 비싼 밥을 사줬는데, 밥먹고 바로 카페에 가도 내 커피값을 내주겠단 이야기를 안해서 기분이 좀 이상했던 경험이 있다. 다만 상대방의 입장에서는 본인이 내 커피값을 낸다고 하는 게 예의에 어긋나거나 내 자존심을 상하게 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서 나온 배려일수도 있다고 생각하자. 모든 건 사소한 문화차이일 뿐이다.
일탈을 꿈꾸는 자들이나 새로운 삶의 지평을 가지고 싶은 자들은 자기 삶의 테두리 안을 채워 줄 쳇바퀴보다 더 나은 것을 찾아야 할 것이다.
아니면 자기 삶의 테두리 자체를 걷어차고 새로운 미지의 세계로 자신을 내던져야 한다. 그 테두리 밖의 세상이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중간계 미지의 세계처럼 훨씬 살벌하고 위험한 세상일지라도 흔쾌히 받아들이고 헤쳐 나갈 용기를 가지고 말이다.
그도 아니면 다람쥐가 아니라 다른 동물로 완전히 트랜스포머를 해서 더이상 쳇바퀴를 돌리지 않아도 되는 존재가 되면 된다.
나에게도 해당되는 말이지만 매일 똑같은 삶이 지겹다고 불평만 할 것이 아니라, 쳇바퀴같은 삶을 바꾸고 싶다면 지금 익숙하고 편한 모든걸 박차고 떠날 용기가 필요하다. 떠나고 싶지는 않지만 쳇바퀴만 돌기 싫다면 남들이 잘 시간에 공부하고 노력해서 더이상 쳇바퀴를 돌지 않아도 먹고 살만큼 성공하면 된다. 제일 불필요한 건 가만히 앉아서 아무 것도 하지 않고 똑같은 불평만 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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