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라이프/소소한 일상

11월 이모저모

데브리 2025. 12. 1.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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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토 다운타운 스튜디오 유닛이 290k 까지도 가격이 내려왔다.
이사를 곧 나가야 하는 이 시점에서 290k짜리 스튜디오도 구매할 수 없는 주머니 사정이 아쉽고, 모기지도 신청할 수 없는 프리랜서 입장이라 더 슬프다.
그나마 원배드룸 가격이 떨어져서 월 1800이면 작아도 괜찮은 곳에 이사갈 수 있지만 사실 월 1800도 혼자 내고 살기에 충분히 큰 부담이다. 
도시를 옮겨볼까 잠깐 고민도 해봤지만, 벤쿠버는 이 돈으로도 못구하겠다 생각이 들어 바로 생각을 접었다. 
 
토론토 10년 넘게 살면서 경제적으로 이룬 게 없구나.
 
 
 

식물

 
코로나 이후로 집에 식물이 엄청 늘어났는데 식물 키우는 게 너무 좋아서 한 때는 가게를 차려볼까란 생각이 진지하게 들었다. 
올 여름 당근으로 부지런히 사고 팔고를 경험하며 더 관심이 생겼는데 겨울로 넘어오자마자 거래가 뚝 끊어졌다. 
 
그러고는 깨달았다. 이 비지니스는 계절을 타겠구나.
 
어떤 사업을 하더라도 일년 4계절을 다 겪어보며 곰곰히 생각을 한 다음에 일을 벌여야겠다. 
 
 
 

집 나온 친구

 
10년 넘게 결혼생활을 지속해 온 친구가 최근 몇년 간 부부싸움이 잦더니 어느날엔 집을 나와 우리집에서 하루 신세를 지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결국 혼자 스튜디오를 구해 잠시 혼자 살았었는데 안타까운 마음에 내가 자주 만나 시간도 함께 보내고 위로를 해줬다.
남편과의 다툼으로 이혼까지도 생각하며 외롭고 힘들어해서 그 빈자리를 내가 대신 만나고 얘기를 들어주며 챙겨줬는데, 최근에 화해를 하며 친구는 집으로 돌아갔고 다시 주말엔 대부분을 남편과 시간을 보내는 중이다. 
 
나이가 들수록, 특히 나는 미혼이고 친구는 기혼이라면 대부분의 기혼인 친구는 가족이 최우선이다. 이해는 되고 당연한 일이지만, 힘들 때만 연락을 하거나 의지하고는 문제가 해결되면 떠나는 관계에 지치기도 하다.
특히나 가까운 사람이 적은 해외살이에서 이런 경험이 쌓이고 쌓이면 점점 더 깊은 관계나 우정을 만들어 나가는 게 귀찮게 느껴지고, 나 자신만을 믿도록 만든다. 내가 힘들 땐 나는 혼자 헤쳐나가야 하니까.
 
 

 
 

프리랜서의 고달픔 1.

 
가뭄에 콩나듯 문의가 오고 나는 성심성의껏 상담을 하고 리서치를 해서 보내는데 이 일의 특성상 직접 대면하는 일 없이 메일이나 메세지로만 연락을 주고받다보니 내가 열심히 리서치하고 방법을 제안하면(견적도 내기 전 단계), 그 답변만 듣고는 고맙다는 말도 없이 연락이 끊어진다. 
요청을 할 때는 그토록 정중히 장문의 메일을 보내오면서, 내가 그보다 더 세세하고 이해하기 쉽게 장문의 답변을 보내드리는데 말이다. 난 그 프로젝트 안 받아도 되고 거절 당해도 전혀 기분 상하지 않는데, 고맙다 답변 한줄 없이 필요한 정보만 받고 사라지는 건 너무한 거 아닌가? 이런 경우가 의외로 많다...
 
 
 

프리랜서의 고달픔 2.

 
올 여름 오랜만에 연락 온 내 오래된 클라이언트와 새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8월에 연락와서 인도에 있는 개발자가 이미 완성시킨 UI를 세련되게 수정하는 추가작업만 내가 했다. 금요일에 연락이 오더라도 내 주말을 반납하고 바로 작업해서 금방 결과물을 넘겨주기에 나와 일하는 걸 좋아하고 만족스러워한다.
 
인도에 있는 회사보다 내 견적이 높지만, 커뮤니케이션과 디자인, 작업 결과가 좋다며 바로 프로젝트 하나를 더 진행하고 싶다고 했고 이게 8월 초 즈음이었다. 구체적인 설명없이 대충 이미지 10장 쯤을 보내줘서, 내가 Figma에 넣어 깔끔하게 정리하고 질문사항을 넣어뒀다. 
질문에 대한 답변과 최종 scope을 컨펌받고 싶다고 부탁했고, 8월말까지도 아무런 답변이 없어서 매번 내가 슬랙으로 팔로우업했다. 
 
1-2주에 한번씩 어떻게 진행되는지에 관해 문의를 했고, 9월초가 되어서야 내 견적에 컨펌을 해줘서 디파짓 받고 작업을 진행했다. 이미 각 페이지를 완성하고 디자인까지 디테일하게 작업하기 시작했는데 제일 복잡해서 골치를 먹었던 페이지의 디자인과 로직을 싹 바꾸고 싶다며 도중에 연락이 왔다. 이후에도 여러차례 연락이 와서 이미 작업한 페이지 중 일부가 필요없다며 제외시키게 되었다. 
 
이미 초반에 던져준 샘플 이미지들에서 수정이 2번 이상 들어갔고 원래 없었던 페이지가 추가되었다. 그만큼 미팅 횟수는 늘어나고 내 작업 시간도 늘어났지만 내가 좋아하는 클라이언트라 괜찮았다. 
 
11월 초에 완성을 했고, 굉장히 만족스럽다는 답변을 받았지만 잔금 결제가 진행되지 않았다. 프로젝트가 진행될 때는 슬랙 메세지를 보내면 대부분 당일이나 다음날 바로 연락이 왔지만, 완성된 후에는 일주일이 넘도록 회신이 없는 상황이 반복되었다. 
 
이미 다 완성했고, 추가 수정사항이 필요하면 연락을 달라(즉, 잘못되거나 수정 필요한 거 아니면 남은 잔금 결제를 해달라) 연락을 했지만, 결국 지난주 초가 되어서야 연락이 왔고, 이 프로젝트의 최종 클라이언트가 전체 스트럭쳐 수정을 원해서 미팅을 앞두고 있다며 내 업무와 상관없는 내용까지 모두 포함된 피드백을 통째로 보내온 게 아닌가?
 
원래 계약서를 쓸 때 작업 기간까지 정해서 미리 컨펌받고 일을 진행하는 편인데 이 클라이언트랑은 이미 몇 년째 일을 해봐서 이런 일이 일어날 줄 모르고 그냥 견적서만 보내고 일을 진행한 게 후회되었다... 길어도 한달반 생각하고 작업하기 시작한건데, 8월 말부터 11월 말까지 명확한 설명도 없이 기간이 늘어나기만 하는 게 아닌가. 이러다가는 수정이 추가되고 또 추가되면 내년까지도 넘어갈 수 있겠다란 생각이 들었다.
 
웬만하면 싫은 소리 안하고 둥글둥글 넘어가는 편인데 이번엔 가만히 있다가는 정말 호구(이 상황에 적합한 다른 얌전한 단어가 생각이 안나서;;)로 보이겠단 생각이 들어서 다시 일을 못 받는 한이 있더라도 내 입장을 얘기해야 했다. 
 
 
'지금 수정이 필요한 내용은 내 scope을 벗어난 전체 시스템에 관한 조율이고, 최종 클라이언트도 디자인은 기대 이상으로 좋았다고 이미 피드백을 했기 때문에 내가 처음 전달받았던 요구사항은 모두 충족시켰다고 생각해. 
 
이후 추가 작업이 진행된다면 얼마든지 도와줄 수 있지만, 미리 협의되었던 내용에서 벗어나니까 추가 비용이 발생하는 건 어쩔 수 없을 거야.
 
나는 너와 일을 하는 것을 굉장히 좋아하고 늘 감사하게 생각해. 혹시 내가 지금 내 scope에 대해 잘못 이해하고 있다면 솔직하게 니 생각을 알려주면 좋겠어'
 
 
보내자마자 'I agree. From your side, the scope is completed'라는 답변이 바로왔고 결제는 일주일이 훨씬 지난 후에 받을 수 있었다.
 
기회가 있을 때 마다 나보다 저렴한 인도 개발회사를 찾아 작업을 해왔을테니까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이 더 높다. 그리고 어차피 커리어를 바꿔야겠다는 생각이 올해 강력하게 들고 있기 때문에 더 이상 일을 못 받는다고 해도 사실 여한이 없다...
 
이번 작업을 하며 ChatGPT 플러스 버젼으로 업그레이드를 해서 작업했는데, 더 이상 프론트엔드만 하는 개발자는 필요가 없겠구나라는 생각이 더욱 더 강하게 들었다. 내가 디테일하게 프롬프트를 만들어서 넣으면 알아서 만들어주니 나는 그걸 기반으로 코드 수정만 해나갔다. 
 
다음 커리어는 어느 방향으로 가야하나...........
 
 
 

의미있게 사는 법

 
커리어를 떠나서 힘든 사람을 돕고 선한 사람들과 관계를 이어나가며 그런 커뮤니티에 속해서 가끔 시간을 보내며 함께 나이들어가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한국에 재해가 있을 때 가서 봉사활동을 하거나 주말마다 요리해서 독거노인에게 반찬을 배달하는 모임 같은 것에도 관심이 있다.
 
맘 편히, 몸 편히 혼자 잘 먹고 잘 살며 캐나다에서 편하게 지내는 것이 물론 좋긴 하지만, 가끔 한국으로 돌아가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찬찬히 찾아보며 사회에 도움이 되는 사람으로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캐나다에서도 물론 발룬티어 자리를 찾아볼 수는 있는데, 왜 인지 내 사람들, 내 커뮤니티라는 생각이 크게 들지 않아서인지 내키지 않는다.
 
어떻게 하면 더 의미있게 잘 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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