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로운 인생을 개척 - 누구에게서도 걸려오지 않는 전화기를 기막히게 바라보며, 창밖의 비둘기들에 넌지시 말을 건네던 그 시절. 내가 분주히 움직여 다시 무언가를 쌓지 않으면 이대로 아무 흔적도 없이 완벽한 무로 사라져 버릴수도 있다는 생각이 구체적으로 엄습해왔다. - 소르본느 어학원을 다니던 그 시절, 난 학교에서 배운 걸 그에게 써먹곤 했다. 하루는 내가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것 열 가지를 적어와 그것에 대해서 말하는 시간을 가졌다. 어른이 되어서 이런 유치원식 교육을 받는 건 신선하고 흥미진진한 일이었다. 그러면서 우린 정말로 소중한 것들이 무엇인지를 차곡차곡 되짚어볼 수 있었다. - 학교생활에서 정말 좋았던 또 한가지는 경쟁의 부재였다. 누가 과수석인지 누가 학점이 어떻게 나왔는지 서로 아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