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배우고 생각하고/밑줄긋기 58

[데브리북] 김선경, 서른살엔 미처 몰랐던 것들

- 예술이 자기만의 경험과 생각을 담은 어떤 행위로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것이라면 인생도 충분히 예술적으로 살 수 있다. 예술적인 삶이라고 해서 꼭 거창하고 특별한 삶을 일컫는 것은 아니다. 일상에서 자기를 잃지 않고 어떤 일이든 스스로 느끼고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 '나다음'을 잃지 않고 주어진 삶을 아름답게 만들려 애쓰는 것. 그 작은 노력들이 차곡차곡 쌓여 예술적인 삶이 완성되는 것은 아닐는지. - "히말라야는 사방이 위험하지요. 언제 설벽이 무너질지, 언제 발밑이 꺼질지 아무도 모릅니다. 한 발만 어긋나면 천길 아래로 추락할 수도 있습니다. 안전한 길은 아무 데도 없습니다. 그러니까 내가 한 발 한 발 내딛어 길을 만드는 수밖에요." 인생 역시 어떻게 펼쳐질지 아무도 모른다. 어려움과 고전을 피..

[데브리북] 손혜원, 브랜드와 디자인의 힘

- 좋은 건축물은 건축가의 능력이 반, 건축주의 안목이 반이라고 한다. 좋은 브랜드 또한 좋은 클라이언트를 만나야 완성될 수 있음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 일찍부터 확고한 목표를 정하고 살아간다고 해서 그 목표가 반드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오히려 목표가 너무 높으면 과도한 목표에 눌려 사람이 피폐해진다. 나도 집안 형편이 갑자기 어려워져서 등록금을 벌며 공부하던 젊은 시절이 있었다. 당시 나의 생존 방법은 내 눈앞에 있는 당장의 일에 최선을 다하면서 암울한 현실을 애써 외면하는 것이었다. 너무 먼 곳에 초점을 맞추면 현실이 암담할 수밖에 없으나 현재에 최선을 다하다 보면 어느 순간 그 힘들었던 과정을 지나쳐왔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 오래 전에 정말 유익하게 잘 읽었던 책이고 이 분의 커..

[데브리북] 필립 체스터필드, 홀로서는 너에게

- 세상 물정을 아무것도 모르는 학자에게는 아이잭 뉴턴이 프리즘을 통해서 빛을 보았을 때처럼 사람이 몇 가지 빛깔로 분류되어 보인다. 이 사람은 이 빛깔, 저 사람은 저 빛깔 이라는 식으로 말이다. 하지만 경험이 풍부한 염색 기술자는 다르다. 빛깔에는 명도가 있고 채도가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한 가지 빛깔로 보여도 그것은 여러 가지 빛깔이 혼합되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애당초 한 빛깔만으로 된 사람은 없는 법이다. 조금은 다른 빛깔이 섞여 있거나, 그림자가 들어 있거나 한다. 그것뿐이 아니다. 비단이 빛을 받는 정도에 따라 어떠한 빛깔로도 변하는 것처럼 상황에 따라서 어떠한 빛깔로도 변하는 것이 바로 사람인 것이다.

[데브리북] 박노해,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

- 한계선 옳은 일을 하다가 한계에 부딪혀 더는 나아갈 수 없다 돌아서고 싶을 때 고개 들어 살아갈 날들을 생각하라 여기서 돌아서면 앞으로 어려운 일이 생길 때마다 너는 도망치게 되리라 여기까지가 내 한계라고 스스로 그어버린 그 한계선이 평생 너의 한계가 되고 말리라 옳은 일을 하다가 한계에 부딪혀 그만 금을 긋고 돌아서고 싶을 때 묵묵히 황무지를 갈아가는 일소처럼 꾸역꾸역 너의 지경을 넓혀가라 - 아니다 억압받지 않으면 진리가 아니다 상처받지 않으면 사랑이 아니다 저항하지 않으면 젊음이 아니다 고도가지 않으면 혁명이 아니다 - 나는 나를 지나쳐 왔다 인생이 너무 빨리 지나간다 나는 너무 서둘러 여기까지 왔다 여행자가 아닌 심부름꾼처럼 계절 속을 여유로이 걷지도 못하고 의미 있는 순간을 음미하지도 못하고..

[데브리북] 변종모, 아무도 그립지 않다는 거짓말

- "여행을 하면 어떤 기분인가요?"라고 누가 묻는다. "반쯤 불안하고 반쯤은 행복하지요"라고 대답한다. 그리고 다시 말한다. "불안하지 않으면 행복하지도 않아요." - 그렇다. 따지고 보면 우리는 잘해야 일 년에 한두번 보는 것이 전부였다. 몇 번의 연락을 받은 끝에 선심 쓰듯 겨우 작별 인사를 하러 나간 자리. 그것도 이 핑계 저 핑계로 미뤄뒀던 시간을 만회하려는 얄팍한 계산이 있었는지 모른다. 떠난다는 이유로 용서 받을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언제 봐도 좋을 사람이라는 편리하고 이기적인 생각이 컸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렇게 대부분의 소중한 인연들을 우연히 길에서 스치는 사이보다 못하게 꾸역꾸역 이어나간다. 시간이 아닌 마음이 없던 것인지도 모른다. 산다는 것을 핑계로, 여유가 없다는..

[데브리북] 크리스토프 앙드레, 심리학의 작은 비밀

- 남들보다 뛰어나지 못하다는 생각은 인간에게 큰 상처가 된다. 나는 스스로를 비하하며 상처 입히고 있었다. 그리고 이때부터 다른 사람들이 나를 비판하기 전에 먼저 스스로를 비하하는 성향이 생기기 시작했다. - 특정 상황에서 슬픔을 느끼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슬픔은 시간이 흐르면 지나간다. 생리학적으로 보아도, 특별히 자연스러운 흐름을 방해하는 요소가 있지 않다면 좋든 나쁘든 모든 감정은 일시적인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매일의 삶이 제공하는 좋은 것들을 맛보고 지금 이 순간을 즐길 줄 알아야 한다. 행복해지기 위해서 어떠한 사건이 일어나길 기다리고 있는 건 아무런 소용이 없다. 너무나 많은 장애물 때문에 기다림은 영원해질 수도 있다. 행복이란 소소한 순간이 더해져서 생기는 것이며, 우리 삶에서..

[데브리북] 강세형, 나는 아직 어른이 되려면 멀었다

- "난 이제 더 이상 하고 싶은 게 없다. 꿈도 없고, 목표도 없고, 의욕도 없고. 그저 지금 정도의 삶만을 유지하면서 살아야겠다. 이런 생각으로 늙어가고 있는 거지." ..... 꿈꿀 수 있는 청춘. 아직 해보지 못한 것들, 가져보지 못한 것들이 많아서 해보고 싶은 것도, 이루고 싶은 것도 많은 청춘이 얼마나 행복한가를. 그리고 그것들을 하나하나 이뤄갈 때 느낄 수 있는 기쁨.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그 기쁨들이 아직도 많이 남아 있는 청춘이 얼마나 행복한가를. 이제는 조금씩 알 것 같다는 선배. 나에게도 그런 날이 올까? 문득 궁금해졌다. 그 과정이 비록 무척이나 힘겹다 할지라도 꿈꾸는 청춘을 살아가고 있는 내가 행복하다는 선배의 말, 그 교수님의 말을 이해할 수 있는 날이 과연 나에게도 올까? ..

[데브리북] 김선우, 어디 아픈 데 없냐고 당신이 물었다

- 나이 드는 것이 참 좋다, 라고 느낄 때가 종종 있다. 사람들이 가진 저마다의 예쁜 구석이 잘 보여서 좋고 몰아붙여야 할 때와 쉬어야 할 때를 비교적 잘 감각할 수 있게 되어서 좋다. 청춘의 시절에는 자주 속았다. 사랑도 분노도 절망도 바닥까지 몰아가야만 직성이 풀리고 고통스러워도 그래야만 진짜라고 생각했다. 진이 빠질때까지 울며 뛰며 소리치며 스스로를 닦달했다. 스스로 경계 지어 놓은 진짜와 진짜 아닌 것들이 너무 많아 그것들을 판독하기에만도 늘 시간이 모자랐다. 하긴, 청춘은 그래야만 또한 청춘이려니. - 삶에 대한 사랑이 남아 있어 사람들은 여행을 떠난다. 다행이다. 조금씩, 눈물 만큼일지라도, 조금 조금씩, 우리는 행복해지고 싶은 거다. 산다는 게 영 녹록지 않은 일이긴 하지만 행복해지고 싶은..

[데브리북] 와타나베 쇼이치, 지적생활의 발견

- 나는 가끔씩 나이가 들어 여유롭게 책을 읽으며 보내는 삶을 떠올리곤 한다. 모든 의무와 책임감으로부터 해방되어 매일매일 새로운 책을 사들이고 아침부터 저녁까지 독서삼매경에 빠질 수 있는 정년 후의 인생이 지금부터 기다려진다. - 시간은 돈이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나는 이와 반대로 생각한다. '시간은 돈'이 아니라 '돈은 시간' 이다. 다시 말하면 돈으로 시간을 살 수 있다. 돈을 가장 멋지게 쓸 수 있는 방법은 바로 시간을 사는 것이다.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시간이라도 나는 그 시간을 몇 배로 늘려 사용한다. 친구들을 만날 때마다 이제 나이를 먹어서 큰일이라고들 한다. 50대는 여생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비관하고, 60대는 앞으로 더 이상 큰일을 할 수 없다고 푸념한다.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나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