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행을 하면 어떤 기분인가요?"라고 누가 묻는다. "반쯤 불안하고 반쯤은 행복하지요"라고 대답한다. 그리고 다시 말한다. "불안하지 않으면 행복하지도 않아요." - 그렇다. 따지고 보면 우리는 잘해야 일 년에 한두번 보는 것이 전부였다. 몇 번의 연락을 받은 끝에 선심 쓰듯 겨우 작별 인사를 하러 나간 자리. 그것도 이 핑계 저 핑계로 미뤄뒀던 시간을 만회하려는 얄팍한 계산이 있었는지 모른다. 떠난다는 이유로 용서 받을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언제 봐도 좋을 사람이라는 편리하고 이기적인 생각이 컸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렇게 대부분의 소중한 인연들을 우연히 길에서 스치는 사이보다 못하게 꾸역꾸역 이어나간다. 시간이 아닌 마음이 없던 것인지도 모른다. 산다는 것을 핑계로, 여유가 없다는..